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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금비. 16회.170111



오늘두 이밤이 외롭당..흐규흐규 나랑 노라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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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학생




내가 그 여학생을 처음 본 것은 저번 주….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였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중학교 때 친구들과 이리저리 다른 학교로 많이 갈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들어온 고등학교는 근처의 공부 못하기로 유명한 정보고등학교였다. 공부를 워낙 하지 않은지라 정보고에 들어온 것이 후회는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뻤다고 해야 할까? 남중이었던 학교와 달리 이곳은 적어도 남녀 합반이니까….


그리고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 학교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고…. 실제로 작년에 여고생들이 화장실에서 출산한 사건이 여러 차례 일어났을 정도였다. 그런 일들만 보아도 이 학교의 학생들이 얼마나 성적으로 문란한지를 잘 알 수 있었다.


나도 이 학교에서 여학생과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웃기기도 하지만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 중 경험을 가지지 않은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나만 동정인 것이다.


친구 녀석들은 여자친구나 동네 누나, 또는 아는 남자 선배를 통해서 모르는 누나와 관계를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일들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로지 친구들이 자랑스레 떠벌리는 무용담을 들으며 집에서 혼자 자위를 할 뿐이었다.


그런 부푼 꿈을 가지고 등교한 첫 날. 나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환상이 무참히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쁘다. 분명히 예쁘고 몸매도 좋은 여학생들이었지만 하나 같이 완전 생 날라리들만 가득했다. 머리는 어떻게 만져댔는지 크게 부풀리고, 얼굴은 일본 기생 마냥 하얗게 화장을 떡칠한 여학생들. 게다가 어쩌다 옆을 지나갈 때면 역한 담배냄새에 코를 틀어막아야 했다.


하아…. 기대했던 거와는 많이 다르다. 저 애들은 예쁘긴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다. 아니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처음부터 나는 상대도 안 해줄 테니까….


좀 평범한 여학생 없을까….


사실 평범한 여학생은 많았다. 대체로 앞쪽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여학생들이었는데 평범하긴 지극히 평범했다. 하지만 그만큼 예쁘지도 않았다.


그때 거짓말처럼 내 눈을 사로잡는 여학생이 있었다.




“예쁘다….”




그 여학생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상을 바라보고 있는 여학생. 아기처럼 새하얗고 깨끗한 얼굴에 맑게 빛나는 커다란 눈. 알맞게 솟아 있는 예쁘장한 코와 가볍게 닫혀 있는 붉은 입술. 그리고 가끔씩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등까지 내려오는 길고 검은 생머리가 흔들릴 때면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머리를 귀로 쓸어 넘기는데 그 모습이 가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같았다.


정말 예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들과 다르게 돋보이는 모습은 꾸미지 않은 순수한 매력이 묻어난다는 것이었다. 약간 큰 듯한 느낌이 나는 헐렁한 교복과 화장을 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 그런 점이 그 여학생의 청순한 매력을 부각시켜주고 있었다.


누굴까…. 그 여학생의 이름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교복에 있는 이름표를 보려 했지만 내 자리에선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담임이 첫 출석을 부를 때 그 여학생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김가영.”




“예.”




가영. 김가영…. 얼굴만큼이나 예쁜 이름이었고, 얼굴만큼이나 맑은 목소리였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하다는 느낌에 스스로에게 웃음이 나온다. 분명 오늘 처음 본 뒷모습인데 너무나도 익숙했다. 오늘 내가 학교에서 하루 종일 바라본 뒷모습이니까….


김가영. 그 여학생이었다.


집에 가는 길일까….


난 그 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그럴 생각은 없었다. 절대로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새 그 애의 뒤를 쫓고 있었다. 아니 그 애의 뒤를 쫓고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난 분명 내 갈 길을 가고 있는데 그 애의 뒷모습이 계속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그 애가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옆 동으로 들어가는 그 애의 뒷모습을 분명히 봤으니까….


근데…. 왜 저 애를 왜 처음 보지? 난 중학교 때부터 이 아파트에서 학교를 다녔으니 저렇게 예쁜 여학생이라면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이번에 이사라도 온 모양이지….




2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서로 처음 만나 낯설어하던 반 아이들은 2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금세 적응했는지 어느새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을 나눌 정도가 되었다. 나도 반에서 지극히 평범한 남자애들과 몇 명 알게 되었다. 온라인 게임을 좋아한다는 화제로 처음 이야기를 나눈 친구들이었다.


그러나…. 김가영. 그 아이는 여전히 교실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다. 2주 동안 몰래 관찰한 결과 너무나도 조용한 성격에 쉽사리 다가오는 여학생들이 없었다. 간혹 그녀의 예쁜 외모에 관심을 보이는 여학생들이 말을 걸라치면 너무나도 짧게 돌아오는 대답에 금방 포기하고 돌아서곤 했다. 그 애도 나름대로 밝게 미소 지으며 대답을 하는 것 같았지만 질문을 하고 듣는 입장에선 꽤나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나라도 말을 걸어볼까…. 그러나 그동안 내가 보기에 그 애에게 말을 건 남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아이에게 내가 처음으로 말을 걸어도 될까…. 또래 여자애와 말을 해본 건 온라인상에서 초등학교 동창들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눌 때뿐이었는데….


용기를 내보자…. 내가 보기에 친구가 없는 저 아이와 처음으로 말을 하면 내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용기를 내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야 가영아.”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는 세 명의 남학생이 있었다. 난 순간적으로 움찔하여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뭐야…. 그세 친해진 건가?


그 아이에게 다가간 남학생들은 우리 반에서 유명한 날라리 세 명이었다. 화장실에 가면 담배 피우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고, 핸드폰에 야한 동영상을 다운 받아서 쉬는 시간에 큰 소리로 틀어 놓는…. 게다가 쉬는 시간에 날라리 여학생들의 몸에 은근히 스킨십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날라리 여학생들은 소리를 지르기는커녕 눈만 한 번 흘길 뿐, 은근히 즐기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곤 했다.


설마 저런 녀석들이랑 친했던 건가….


나는 걱정스런 마음에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얼핏 얼핏 들리는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지금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분명했다. 평범한 여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꺼리는 질 나쁜 남학생들이었지만, 그 아이는 웃는 모습을 잃지 않고 남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착하다…. 얌전히 자리에 앉아 남학생들을 올려다보며 대답을 해주는 그 애의 모습은 너무나도 착하고 순수해 보였다. 어쩌면 원래 저런 남학생들과 어울리는 아이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2주 동안 보아온 아이의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너무나도 착하다는 결론이 더욱 설득력 있었다.


근데 무슨 대화를 저렇게 나누고 있을까…. 가영이가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면 남학생들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떠들어 대었다. 게다가 가끔 옆자리에 앉은 남학생이 그 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 그 애는 놀라 몸을 움츠리며 살짝 남학생의 손을 밀어내었다.


그렇게 무엇인지 모를 남학생들의 집요한 이야기가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에 의해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음 쉬는 시간에 세 명의 남학생들은 또 다시 가영이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더욱더 적극적으로 어깨를 감싸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 불쌍하게도 그 아이는 얼굴이 벌게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남학생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 안타까운 감정이 일어났다.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 감정은 겁이라는 커다란 장벽에 가로막혀 힘없이 사그라질 뿐이었다.




방과 후 그 남학생들 틈에서 풀죽은 모습으로 걸어가는 가영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 왔을 때 항상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던 그 아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무슨 일일까…. 난 덜컥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불안한 생각은 점심시간에 현실로 다가왔다.


교실 뒷문으로 걸어 나가려 할 때 어제 그 아이를 데리고 간 세 명의 남학생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야 영호형이 가영이 먹었대?”




“너 어제 얘기 못 들었냐?”




“뭘?”




“어제 우리가고 난 다음에 영호형이 걔한테 술 존나 더 먹인 다음에 따먹었는데 아다였대.”




“진짜? 와 존나 부럽다. 걔 얼굴도 존나 예쁘잖아.”




“그럼 뭐하냐. 이제 영호형 껀데. 자기랑 사귀기로 했대.”




“진짜로? 가영이 그 얌전한 애가?”




“야 사귀고 싶어서 사귀었겠냐? 영호형이 핸드폰으로 동영상 찍고 사진 찍고 난리 쳤겠지. 아 존나 부럽다.”




“야 근데 오늘 가영이 못 온 거 보면 어제 존나 많이 했나보다.”




“성훈이 말로는 아침까지 같이 있었다는데?”




“와 씨발 부러워라-!”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다음 날 학교에 나온 가영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루 못 보았을 뿐이지만 왠지 모르게 수척해진 것 같다.


그 아이는 하루 종일 책상에 엎드려 있기만 했다. 가끔 그 죽일 놈들 세 명이 와서 말을 걸었지만 그저 엎드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뿐이었다.


난 그 아이에 대한 관심을 끊기로 했다. 분명 첫눈에 반할 정도로 예쁘고 청순한 여학생이었지만 이제 그녀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나쁜 새끼일지 모르지만 이제 그 아이도 다른 날라리 여학생과 전혀 다를 바 없이 보이게 되었다.




가끔 거리에서 가영이를 볼 때가 있었다. 항상 어떤 날라리 같은 사람의 옆에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그 아이. 저 아이의 옆에 있는 남자가 남학생들이 말하던 영호란 사람인가 보다.




그렇게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평범하게 흘러갔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꿈꾸었던 여자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고등학교에서 사귄 친구들과 온라인게임을 하며 중학교 때와 다를 바 없는 일상들을 보낼 뿐이었다.




춘추복이던 교복이 하복으로 바뀔 무렵 나는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도중 담배를 피던 세 명의 날라리 남학생들에게서였다.




“야 영호형이랑 가영이랑 깨졌다며?”




“엉. 영호형이 명의여고에 존나 예쁜 여자애 사귀기로 했거든.”




“와 씨발. 그 형은 재주도 좋다.”




“야. 그럼 혹시….”




“뭐?”




“우리 가영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야. 새꺄. 걔가 대주겠냐.”




“영호형한테 동영상이랑 사진 보내달라고 하면 되지. 인마.”




“아 맞다. 아 씨발. 그 방법이 있었지.”




“오예! 아 씨발 생각만 해도 불끈불끈하다.”




“근데 어디서 먹냐. 오늘 누구 집 비는데 없냐?”




“오늘 우리 집 빈다.”




“오예-! 좋아. 그럼 너희 집에서 하자.”




그렇게 합의를 본 세 명의 남학생은 시시덕거리며 화장실 밖으로 향했다. 난 소변을 본 뒤에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이지를 못했다.




다음 날 가영이는 평소처럼 학교에 나왔다. 하지만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세 명의 날라리 남학생에게는 전과 달리 꼼짝을 못하고 쥐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어디를 가는지 세 명의 남학생과 교실을 나갔다 들어오곤 했다.




그렇게 또다시 특별할 것 없는 일상들이 흘러갔다. 중학교 때와 다를 바 없는 여름방학도 끝났다. 그리고 2학기가 되었고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수학여행을 가는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나는 평범하게 차려 입었지만 논다 싶은 아이들은 온갖 화려한 치장을 잔뜩 했기 때문이다. 난 그때 가영이의 사복 입은 모습을 처음 보았다.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수수한 옷차림. 하지만 다른 여자애들 보다 눈에 띄고 예뻤다.


…아니. 이제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수학여행을 가서 방 배정을 받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섯 명씩 세 개의 방으로 나뉘었는데 우리 방에는 그나마 얌전한 아이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얌전하다, 얌전하지 않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우스울 수도 있으나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수학여행 첫날 밤. 선생님들의 지시에 따라 제때 취침을 하는 학생들이 어디 있을까?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정보고등학교라 그런지 분위기도 훨씬 자유로웠다. 선생님들도 신경을 끄고 아래층에서 술을 마신단다.


우리 방은 불을 끄고 누워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다. 시작은 온라인 게임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점차 평소에 쉽게 하지 않던 은밀한 이야기들로 화젯거리가 흘러가게 되었다. 그때 한 녀석이 벌떡 일어나며 다른 방은 뭐하는지 보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다른 방들은….




“여자애들 불러서 놀고 있으려나?”




“술 마시는 방도 있겠다.”




“오늘 준철이는 밤에 애들 모아서 다른 반 여자애들이랑 미팅한다고 그랬어.”




“야 그런 건 걸리면 좆 돼. 그냐 이렇게 얘기하는 게 제일이지.”




난 마지막으로 입을 연 그 녀석의 말에 동의했다. 아마 나뿐이 아니라 우리 방에 있는 애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잠시 후 방문이 벌컥 열리며 나갔던 녀석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야, 야.”




녀석의 목소리는 원인모를 긴장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뭐? 왜?”




“야 정욱이 있는 방에서 여자애 돌린대!”




“뭐-?”




누워있던 우리 다섯 명은 약속이나 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녀석의 말에 의하면 옆쪽에 있는 방으로 가려고 했는데 문 앞에서 지키고 있는 현승이 때문에 못 들어갔단다. 그래서 녀석이 현승이에게 왜 지키고 있냐고 물어보니까 여자애 한 명 돌리고 있는 중이란다.




“그래서 확인 했어? 여자애 누군데?”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묻자 나갔다 왔던 녀석이 대답했다. 




“아니. 어떻게 확인을 해. 보여주지도 않고 말해주지도 않지.”




“에이 씨발! 그걸 믿어?”




나를 제외하고 모두들 자리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나갔다 들어왔던 녀석도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난 눕지 못했다. 정욱이라면 그 세 명의 날라리 남학생 중 한 명이 아닌가. 그럼 설마….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방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정말 옆방 앞에 누군가가 지키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아까의 말과 달리 현승이가 아니었다. 나와 가끔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철민이었다. 난 다행이다 생각하고 철민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철민아. 그 얘기 진짜야?”




“아씨 너도 들었냐?”




“그럼….”




녀석은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방금 먹고 나왔다.”




철민이의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말로 하지 못할 짜릿한 느낌이 스쳐지나간다.




“누, 누군데?”




“야. 그거 말하면 나 죽어. 정욱이 패거리 새끼들이 우리 껴줄 테니까 말하지 말라 그랬단 말이야.”




이럴 수가…. 여섯 명 다 한 번씩 한단 말인가? 난 정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럼 소리라도 좀 들어보면 안 되냐?”




“뭐 그 정도야….”




철민이가 문에서 살짝 비켜나자, 나는 문에 바싹 귀를 갔다댔다.


…들린다.




“응, 응, 아음….”




작지만 분명히 여자애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는 않는다.


내가 오랫동안 귀를 대고 있어서인지 철민이 녀석이 나와 문사이로 끼어든다.




“헤헤. 여기까지.”




방으로 돌아온 나는 잠자리에 누우며 머릿속을 휘젓는 음란한 상상에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 정말 가영이일까? 가영이가 여섯 명과 번갈아가며 안에서 하고 있는 것일까? 


난 그날 잠을 잘 수 없었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며칠이 흘렀지만 우리 반에서 어떤 여자애가 수학여행가서 남자애들한테 돌림빵을 당했더라는 소문은 돌지 않았다. 그 방에 있었던 여섯 명이 철저히 비밀을 지키고 있었고, 나머지 반 아이들은 그때 얼핏 들은 이야기를 믿지 않아서인지 금세 잊고 말았다.


가영이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단지 그 아이에게 다가와 장난을 거는 남학생들이 여섯 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복이었던 교복이 다시 춘추복으로 바뀔 무렵부터 해서 가영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 애도 이제 완전 날라리가 되어가는구나 생각할 뿐이었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가을의 초저녁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파트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한 여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영이었다. 그 아이도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본다. 왠지 모르게 흠칫 놀란 나는 그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태욱아.”




난 나의 이름을 부르는 낮은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그리고 그 낮은 목소리는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아이, 가영이에게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처음 본 아이였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오히려 더 우스울 테지만, 난 그 아이가 나의 이름을 안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다. 가끔 눈을 마주치긴 했지만 그 아이와 단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가만히 있자 가영이가 먼저 다가왔다.




“안녕? 너 여기 아파트 살지?”




“응, 응, 응…. 어떻게 알아?”




나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떨려 나왔다.




“자주 봤으니까 알지.”




가영이는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는다.


가영이의 웃는 얼굴은 너무나도 예뻤다. 하긴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와 처음으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아이였으니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


그런 생각을 하자 이 애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오른다.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해 항상 조용히 앉아 있던, 유난히 말이 없던 아이.


그런 그 애가….




“윽…. 나 갈게!”




난 그렇게 말하고 후다닥 아파트로 뛰어 들어갔다. 뒤에서 나를 향해 무언가 말하는 가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못 들은 체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탈 뿐이었다.


왜 그랬지….


갑작스레 차오른 숨을 고르며 방금 있었던 나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래…. 갑자기 그 애가 남자애들과 마구 뒹구는 모습이 떠올라 버린 것이다. 모르는 남자와 술을 마시고 아침까지 섹스를 하고, 반 남자애의 집에 가서 세 명과 섹스를 하고, 수학여행을 가서 여섯 명과 섹스를 하는…. 그런 그 아이의 모습을 말이다.


…소름이 돋고 혐오스러웠다. 나도 그 남자애들 틈에 있었으면 분명히 똑같은 일을 저질렀을 테지만, 왠지 모르게 얌전하고 예쁘장한 그 아이가 그랬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올라왔다.


결국 그 애도 다른 날라리들과 다를 바 없는 걸레 같은 애일뿐이야.




다음 날 학교에서 조회시간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제 밤에 가영이가 자살을 했다….


아…. 


어제 저녁에만 해도 나랑 이야기 했는데 무슨 소리야…. 멀쩡하게 나의 이름을 부르고, 예쁘게 웃기까지 했는데 그 애가 왜 자살을 해.


왜? 왜지? 도대체 왜지? 왜 자살을 했지?


아…. 그 새끼들 때문이구나.


난 뒷자리에 앉아 있는 세 명의 남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슬퍼하거나 놀라하기는커녕 무언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맞아. 저 새끼들 때문이구나. 저 새끼들 때문에 그 애가 자살한 거야…. 그리고….


수학여행에서 저 새끼들과 같은 방을 썼던 녀석들도 바라보았다. 역시 슬퍼하기는커녕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


그러다 난 무언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이 위화감은?


지금 이 소름 돋는 느낌은 무엇일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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